매년 겨울이 다가올 즈음이면 한국의 많은 가정과 마을에서는 특별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바로 ‘김장’이라는 한국 고유의 문화입니다. 김장은 단지 겨울을 대비해 김치를 담그는 행위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 속에는 오랜 세월 쌓아온 공동체의 가치와 함께 살아가는 지혜, 그리고 나눔의 정신이 깊이 스며 있습니다. 오늘은 한국의 독특한 문화 중 절대 빠질 수 없는 김장 문화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김치는 한국인의 밥상에서 빠질 수 없는 음식이자 문화입니다. 사계절 내내 다양한 종류의 김치를 먹지만, 김장은 그 중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김장은 ‘겨울 저장 음식’을 준비하는 전통이자, 함께 모여 일하고 음식을 나누는 공동체적 행사로 자리잡아 왔습니다. 특히 고령의 부모님 세대나 시골 지역에서는 김장철이 곧 이웃과 가족이 다시 하나로 모이는 시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김장철의 풍경, 손과 마음이 모이는 시간
김장철은 대체로 11월 중순부터 12월 초 사이에 집중됩니다. 이 시기는 날씨가 본격적으로 추워지기 직전으로, 배추가 단단하고 저장이 잘 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김장에 가장 적합한 때로 여겨집니다. 김장 준비는 단순히 배추를 절이고 양념을 버무리는 과정을 넘어, 온 가족, 때로는 온 마을이 함께 협력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와도 같습니다.
보통 하루 전날부터 절인 배추를 준비하고, 무, 파, 마늘, 생강, 젓갈 등 다양한 재료를 손질합니다. 그리고 김장 당일에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정해진 역할에 따라 움직입니다. 누군가는 배추에 양념을 넣고, 누군가는 김치를 차곡차곡 통에 담으며, 또 누군가는 점심 식사를 준비하기도 합니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지만, 그 안에는 웃음이 있고 대화가 있으며, 함께 밥을 먹고 수고를 나누는 인간적인 풍경이 있습니다.
특히 시골 지역에서는 아직도 이웃 간의 품앗이 문화가 남아 있습니다. 오늘은 이 집 김장을 도와주고, 내일은 저 집 김장을 도와주는 식입니다. 그리고 김장을 마친 후에는 수육, 굴, 굴전, 생굴무침, 갓 담근 김치를 곁들여 먹는 ‘김장 밥상’이 펼쳐집니다. 그것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모두가 한 해를 함께 살아냈다는 위로와 격려의 자리이기도 하지요.
김장이 전하는 공동체 정신과 현대적 의미
김장은 단순한 요리의 범주를 넘어, ‘함께 살기’의 철학을 담은 문화적 유산입니다. 예전에는 김장을 통해 겨울철 먹거리를 함께 마련하고, 부족한 자원 속에서도 서로 돕고 살아가는 공동체의 모습을 유지했습니다. 특히 먹거리가 풍족하지 않던 시절에는, 김장이야말로 생존을 위한 중요한 장치였습니다. 혼자 하기 어려운 일은 함께 하고, 그렇게 만든 음식을 나눔으로써 모두가 함께 겨울을 버텨낼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에는 핵가족화, 아파트 중심의 도시 생활, 식문화의 변화 등으로 인해 김장 문화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대형마트에서 절임 배추와 양념을 사는 ‘간편 김장’이 늘고 있고, 김장을 아예 하지 않는 가정도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가정에서는 김장을 ‘가족이 모이는 날’로 여깁니다. 김장을 핑계 삼아 떨어져 지내던 가족들이 만나고, 함께 식사하고, 다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시간입니다.
또한 최근에는 공동체 김장 나눔 행사도 활발합니다. 지역 복지관, 주민센터, 기업 등에서 김장을 통해 저소득층과 독거노인들에게 김치를 나눠주는 사회적 활동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김장은 여전히 ‘나눔’이라는 본질적 가치를 간직한 문화로 진화하고 있는 셈입니다.
‘김치 담그기’ 그 이상
김장은 단순한 요리가 아닙니다. 그것은 오랜 세월을 통해 축적된 한국인의 삶의 방식이며, 함께 일하고, 함께 나누고,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정서를 담은 행위입니다.
힘들고 번거로운 작업이지만, 그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함께 있는 것의 따뜻함을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비록 시대는 바뀌었지만, 김장이라는 전통은 여전히 사람과 사람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김장을 통해 매년 한 번쯤은 ‘공동체란 무엇인가’를 자연스럽게 되돌아보게 되는 것 아닐까요?